패션 업계에서 첫 발을 디디려는 분들, 특히 학생이나 취업 준비생 분들에게
제가 방송국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경험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은 ‘방송 스타일리스트’라는 개념이
아직 생소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방송국에 들어가 처음 맡은 일은 화려한 스타일링이 아니라,
산더미 같은 옷을 다림질하는 것이었습니다.
촬영이 있는 날이면, 무거운 옷가방을 들고
새벽부터 용인 민속촌으로 이동해 설날 특집 촬영을 보조했습니다.
체력적으로도 벅찼고 날씨도 매우 추웠지만,
그 순간은 지금도 정말 즐겁고 신났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후 저는 패션 회사에서 디자인실장으로 일했고,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처음 시작했던 방송 스타일링이라는 분야는 늘 저의 중심이 되어주었습니다.
지금은 대학에서 패션 스타일리스트 전공을 가르치고 있지만,
제 커리어의 뿌리는 분명 그 방송국 시절의 경험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든 직업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처음 익힌 전문성이 경력의 뼈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첫 직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충격은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점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실제 실무는 꽤 다르며,
실무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역량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MD가 되고 싶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MD는 단순히 감각적으로 옷을 고르는 사람이 아니라,
매출 분석, 거래처 소통, 일정 조율 등 데이터 기반의 협업 업무를 주로 합니다.
엑셀조차 다룰 줄 모른다면, 아무리 감각이 뛰어나도 업무 수행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무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유연한 자세가 더 중요합니다.
패션 업계는 소규모 기업이 많아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는 경우가 흔합니다.
스타일링뿐만 아니라 마케팅, 고객 응대, 재고 관리까지
함께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요?”라는 불만보다,
“나중에 내가 브랜드를 만들 때 이 모든 경험이 자산이 되겠구나”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성장 속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금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나요?
혹시 임시직이나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고 계신가요?저 역시 처음에는 다림질과 짐 옮기기부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경험이 커리어 전체를 설계한 가장 중요한 퍼즐 조각이었습니다.
패션 업계에서의 첫 직장은 단순한 사회생활의 시작이 아닙니다.
그곳에서 겪는 모든 경험은 훗날 커리어에 깊은 뿌리를 내릴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경험을 쌓아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멋진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